이공계 대학원 유학 A to Z (4): 랩서치
*유학관련 글은 모두 TOP10 이공계 대학원 박사과정에 초점을 두고 작성하였습니다.
자 이제 지원할 학교가 모두 정해졌다면, 어떤 연구실에 지원할지 선택해야 합니다. 여러 연구실들을 탐색해보는 과정을 랩서치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최근에 연구되고 있는 State Of The Art (SOTA)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본인의 연구분야를 세분화해서 정하기도 합니다. 석사분들은 2년간 연구하면서 경험이 많이 쌓였지만, 학부에서 지원하는 분들은 SOP를 쓰기 전까지는 본인의 연구분야는 정했어도, 거기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연구할지는 정하지 못한 상태인 경우가 많은데요. 의외로 랩서치 과정 중에서 이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단순한 과정이 아니고 심지어 모든 것이 영어로 적혀있기 때문에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하루이틀이면 끝나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했지만, 1차 선정에만 학교 하나당 짧게는 하루 길게는 3,4일씩 소요됐습니다.
1. 사전 조사
우선 본인의 연구분야에 대해 전반적인 흐름과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1) 관련 분야의 대학원 수업을 수강하거나 (2) 해당 분야의 review paper ,(3) 외국 교수/랩실의 유튜브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 대학원 수업 수강
첫번째로 대학원 수업 수강입니다. 학부생이 대학원 수업을 수강하는 것을 어렵게 느낄수도 있지만, 본인의 연구분야와 관련된 수업은 꼭 들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일단 학점의 관점에서도, 대학원생들은 학점을 학부생처럼 챙기지 않기 때문에 성적을 잘 받기도 유리합니다. 교수님들께서도 성적을 학부때보다 널널하게 주시는 편입니다. 또 3번째 추천서를 수업을 들은 교수님께 받으신다면, 관련분야의 대학원 수업에서 좋은 인상/성적을 받는다면 가장 좋겠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이유는, 대학원 수업에서는 연구분야의 최근 동향을 파악하기 쉽습니다. 학부 수업 때 배우는 내용들은 최소 10-20년전 이론과 모델들로 최근의 연구결과와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학원에서는 그나마 contemporary한 것들을 배우기 때문에 참고하기 좋습니다. 또,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교수님께서도 수업 외적으로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와 분위기에 대해 썰(?)을 많이 풀어주시는 편입니다.
- Review Paper
두번째는 review paper입니다. 사실 최근 연구를 파악하기 제일 좋은 방법은 올해나 작년의 top-tier 논문들을 죄다 읽거나 scheme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꾸준히 해오던 것이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죠. 그래서 이를 농축해 놓은 Review paper나 Top picks를 읽으면 어느정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대가 교수님들이 현재 해당 연구분야를 바라보는 insight와 현황을 짧은 글에서 모두 느낄 수 있습니다.
- 유튜브 활용
세번째는 유튜브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교수님들의 유튜브는 잘 없는 것 같지만, 외국 교수님들의 유튜브는 은근히 많습니다. 첫번째로, 관심있는 논문이 있는데 읽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면, 논문 발표 영상을 찾아보시는 걸 권장드립니다. 코로나 이후로 논문 발표를 zoom으로 대신하기 시작하고, 이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일들이 잦아졌습니다. 이제는 몇시간에 걸쳐 논문을 읽기보다 10-20분 짜리 영상으로 요약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번째로, 학회나 이벤트에서 대가 교수님들의 발표 영상을 보는 것입니다. review paper와 마찬가지로 요즘에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배경이 무엇인지, 어떤 연구가 더 필요한지 insight를 얻으 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연구실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이 경우는 흔치 않은데, Computer Architecture 전공이시라면 운 좋게도 ETH Zürich 대학의 Onur Mutlu 교수님의 SAFARI 랩에서 운영하는 유튜브가 있습니다. 질 좋은 대학/대학원 강의도 무료로 제공되고 해당 랩의 논문 리뷰나 외부 발표 영상 등 좋은 영상이 많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 해당 연구실의 연구주제로 편향된 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중립의 위치에서 팩트만 활용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https://youtube.com/@OnurMutluLectures
Onur Mutlu Lectures
This channel contains videos and slides from courses taught and lectures delivered by Professor Onur Mutlu (https://people.inf.ethz.ch/omutlu/). Onur Mutlu is a Professor of Computer Science at ETH Zurich. He is also a faculty member at Carnegie Mellon Uni
www.youtube.com
이처럼 연구 분야에 대한 사전 조사를 마쳤다면, 본인의 마음속에 재밌어보이는, 하고 싶은 연구들이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연구 주제는 지원하는 학교에 따라 다르게 잡게 될 수 있으므로 비슷한 철학으로 묶이는 3~4개의 후보를 정해두시면 SOP를 쓰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문제 A에 대한 해결 연구 방향으로 B, C, D가 있을 수 있습니다. SOP에서 문제 A를 언급하고 자신은 이를 어떤 철학으로 연구하고 싶은지 적습니다. 이 부분은 모든 SOP에 공통적으로 들어간다면, 마지막 마무리만 조금씩 다르게 하면 B or C or D를 연구하고 싶다고 3갈래로 쓸 수 있겠습니다.
2. 랩서치
대강 원하는 연구주제들을 선정했다면, 이제 학교 하나씩 붙잡고 랩서치를 해야합니다. 해당 학교에 내가 원하는 연구를 하는 분들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학교들이 조금 더 추려지게 됩니다. 김박사넷 플러스가 랩서치를 하는데 조금 유용한 툴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연구 주제를 정확하게 분류하지 못하거나, 교수님 소속이 변했다거나, 신임교수라면 데이터베이스에 업데이트가 안되어 있어서 여기에 의존하는 것은 비추천하고 싶습니다. 즉, 제일 확실한 방법은 각 학교의 faculty 탭에서 한분한분 전수조사하는 것입니다.
- 1차 선정
우선 각 학교의 단과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faculty tap에서 서치를 시작합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설명과 연구실 홈페이지를 참조하며 연구실들을 선정합니다. 따라서 저처럼 원하는 지도교수님이 여러 단과대에 걸쳐 있는 경우에는 2배로 고생하게 됩니다. 연구실 홈페이지를 관리하시지 않는 분이라면 정보가 out-dated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member와 publication만 업데이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연구 방향성을 확인하시려면 최근에 교수님께서 낸 논문들까지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 첫 서치에서는 최대한 conservative하게 교수님들을 선정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너무 딱맞는 분들만 찾으려고 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으면 선정하라는 뜻입니다.)
저는 크롬의 북마크를 요긴하게 활용하였는데, 아래 사진과 같이 학교 별로 폴더를 만들고, 안에 지원 홈페이지, 대학원 홈페이지, 단과대 홈페이지 등 학교 홈페이지들과 더불어서 1차 선정한 연구실 홈페이지를 모두 집어넣었습니다. 이 경우에 교수님 리스트도 한눈에 확인하기 좋고 빠르게 연구실 홈페이지를 참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별개의 엑셀에 교수님 별로 세부 연구주제를 정리해두면 좋습니다.
- Program 별 연구주제 선정
1차로 모든 faculty를 훑은 후에는 이 학교의 SOP를 쓸 때 어떤 주제로 작성해야겠다는 것을 결정한 뒤에 교수님 세 분 이상을 선정합니다. 보통 SOP에 3분을 언급하기 때문인데, 정말 research fit이 잘 맞는 분이 있고 해당 주제로 연구하시는 분이 학교에 한두분 밖에 없다면 어쩔 수 없이 2가지 이상의 주제를 선정하여 세 분 이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후 컨택과정이나 여러 정보원으로부터 (1) 해당 교수님이 은퇴/회사/다른 학교로 이동하신다거나 (2) 올해에 신입생을 뽑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수님을 세 분 이상 선정하더라도, 결국에 SOP 언급하게 되는 분은 3분 이하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또 중요한 점은 단과대 별로 세분씩 뽑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교마다 규정이 조금씩 다른데, Affiliate professor에게도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학교도 있고 아닌 학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CS program으로 지원하더라도 affiliated ECE 교수님에게도 지원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해당여부를 학교에 문의하거나, 교수님께 직접 컨택 메일로 확인해 보신 뒤에 각 program 별로 세분 이상을 확보하도록 합시다. Affiliate professor에게 지도받지 못하는데 두 단과대에 지도받고자 하는 교수님이 나뉘어 있다면, 한 학교에서도 두 개의 program에 지원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학교에 따라서 하나의 program만 지원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으니 9월의 모집요강 혹은 학교에 문의하여 확인하셔야 합니다.
- 최종 선정
이렇게 모든 학교에 대해서 교수님을 세분 이상 씩 선정을 완료했다면, 주기적으로 학교별 주제와 교수님을 훑습니다. 랩서치 과정에서 새롭게 깨닫는게 분명히 생길텐데 그러면 처음에 선정했을 때와 기준이 달라졌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에는 지원을 마무리 짓는 11월까지도 연구실에 변동이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랩서치는 1년 내내 진행된다고 보셔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완료한다면 아래와 같은 엑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오른쪽 상단은 저번 포스팅에서 다루었던 학교 선정입니다. 왼쪽 상단의 1번표는 최종적으로 지원하게 될 Program 리스트입니다. 석사와 박사를 섞어서 지원하시는 분들은 Department -> Program으로 바꿔서 ECE PhD이런식으로 활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여기에 지원할때 필요한 university code, department code, 토플 점수(total 점수 + 단과 별 커트라인), 그리고 GRE 필수 여부까지 정리하시면 됩니다. 그 옆에 position과 research area는 2번 표를 채울때 드롭다운 목록으로 사용하기 위해 있는 부분입니다. 왼쪽 하단의 2번표는 연구실별 세부사항입니다. 교수님과 프로그램, 연구실 홈페이지, 이메일, 직위, 연구 세부분야, 컨택여부, 답변여부, 비고란 입니다.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컨택할 때도 헷갈리기 때문에 이렇게 구성해두시면 도움이 됩니다.
별건 아니지만 혹시라도 필요하신분들 사용하실 수 있게끔 양식 첨부하였습니다. 이렇게 만들어두면 본인도 참고하기 좋고, 추천서 써주시는 교수님들께도 공유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 합격자 스펙 확인
랩서치 중에는 합격자 스펙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구실 홈페이지의 Members 탭에 들어가면 대학원생들의 정보가 나옵니다. 이름만 적혀있는 연구실도 많지만, 대학원생의 CV나 개인 홈페이지를 링크해둔 경우도 많습니다. 후자의 경우 어떤 스펙을 가지고 합격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참고하기 좋습니다. 전자의 경우도 Linkedin에 이름을 검색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한국인이 있다면 좀 더 비교하기 수월합니다. 다만 정량적인 스펙이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감만 잡는데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또, 한국인 분이 계시다면 연구실에 대해 이메일로 여쭤보기도 조금 수월합니다. 바쁜 대학원생 분들을 괴롭히면 안되겠지만, 연구실에서 어떤 연구를 하는지, 분위기는 어떤지 등 간단히 정중하게 이메일을 보내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랩서치 단계가 아니더라도 합격 후에 학교를 결정하는 단계에서도 대학원생분들께 여쭈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상으로 랩서치에 대한 내용은 마무리하겠습니다. 랩서치는 SOP보다 먼저 혹은 쓰는 동시에 하는 것을 권장드리는데요, 랩서치를 미리할수록 SOP를 쓰는 것이 더 수월해집니다. 다음 편에는 SOP 작성으로 돌아오겠습니다.